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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BOOK & TEA
월책차 : 한 권의 책과 한 잔의 음료
반테이블과 서점 '그렇게 책이 된다'가 함께 하는 프로젝트
매달 한 권의 책과 한 잔의 음료를 소개합니다.
BOOK
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
DRINK
11월의 음료 '솔티 독'
올해는 유난히 포근했던 날씨로 전보다 길고 여유 있는 가을을 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급격히 떨어진 온도와 추위는 마음을 더 시리게 합니다. 마치 예상하지 못한 이별에 회복탄력성이 떨어지듯 말이죠. 떨어진 낙엽이 처치 곤란으로 아무렇게나 뒹굴고 나무가 앙상해지는 겨울의 초입, 마음이 쓸쓸하고 무언가 애매한 감정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이번 달 월책차는 쓸쓸한 감정이 밀려올 때 읽어보면 좋을 선물 같은 소설 <사랑의 역사>와 씁쓸한 자몽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 <솔티 독>입니다.
한 권의 책에 얽힌 사랑이야기를 아름다운 문체로 그린 <사랑의 역사>는 한 사람의 고백이자, 사랑으로 귀결되는 여러 인물들 모두의 역사입니다. 얽히고 설킨 인물들은 시간 속에 꿰어진 역사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여러 갈래에서 하나의 지점을 향해 흘러갑니다. 상실과 절망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의 형태를 만들고 세월을 지탱해나가죠. 삶의 끝을 기다리는 팔십대의 노인 레오와 삶의 시작을 기다리는 열 네살 소녀 앨마싱어가 마주하는 마지막 장면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의 완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이런 소설 몇 권이면 살아갈 수 있겠다’ ‘오래두고 읽어 볼 소설을 만났다’ 생각합니다.
솔티 독(Salt dog)은 자몽을 베이스로 만든 칵테일입니다. 이 이름은 영국의 하급 선원을 칭하는 은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 갑판에서 일하는 하급 선원으로, 햇빛과 파도를 맞으며 일하기에 언제나 소금기에 덮여있는 이들. ‘배’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우리 사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시각으로 인해 나 스스로 자신을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갑판이라는 장소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 일을 열심히 해서 흘린 땀이 있을 테니까요. 림(잔에 입이 닿는 부분)에 소금을 묻히고 보드카나 진 40ml, 자몽주스 100ml을 넣어 섞어주기만 하면 완성되는 ‘솔티 독’에는 인생의 모든 맛이 담겨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일도, 사랑도, 인생도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쁘기만 하거나 슬프기만 한 지난 날은 아닐 거예요. 쓸쓸하다가도 문득 미소가 지어지고, 기쁘다가도 못내 사무칩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디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지금의 어떤 감정들도 다 지나갑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지만, 겨울이 지나야 다시 봄이 옵니다. 오늘의 감정에 충실해보세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 우리의 역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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